고령화로 인해 5060대 퇴직기는 노년기의 연장이 아니라 인생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제2성인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50+캠퍼스.

[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퇴직은 노년기로 진입하는 기점이 아니라 정체성, 삶의 목적, 일, 관계 등을 재조정해 고유한 의미를 갖는 새로운 한 시기를 시작하는 전환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퇴직 이후의 삶은 노년기의 확장이 아니라 별도의 구획과 정의가 필요한 새로운 시기라는 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이 시기를 ‘인생 후반기 성장과 발전을 연속해 갈 수 있는‘새로운 생애주기’(New Life Cycle)로써 새로운 생애단계를 구획, 설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새로운 생애주기’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최근 평균수명 증가로 인한 생애주기 변화를 지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평균수명이 50세가 안 되던 1880년대의 일이다. 평균수명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한 지금, 과거의 기준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1세기 훨씬 전에 ‘청소년기’라는 새로운 생애단계가 출현해 생애주기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고령화는 생애주기 상의 새로운 명명과 적응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 불리는 고령화 시대의 생애주기 핵심은 인생 후반기의 증가다. 한국의 실질퇴직연령인 53세를 기준으로 보면 퇴직 후 무려 4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인생 후반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중년의 항변처럼 “올인한 뒤 퇴직하고 나왔는데 30~40년 남았다니 황당”한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이 시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이런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대상은 늘어난 인생 후반기를 처음 경험하는 중년층이다. 특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 퇴직을 경험하면서 늘어난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과 혼란 속에 있다.

사실, 퇴직은 노년기로 진입하는 기점이 아니라 정체성, 삶의 목적, 일, 관계 등을 재조정해 고유한 의미를 갖는 새로운 한 시기를 시작하는 전환의 기점에 가깝다. 고령화 시대, 퇴직 이후의 삶은 노년기의 확장이 아니라 별도의 구획과 명명을 요구하는 새로운 한 시기다. 즉 ‘새로운 생애주기’(New Life Cycle)인 것이다.

이 시기를 경험하고 있는 중년층은 어떤 인식과 욕구, 변화를 겪고 있을까. 이 시기의 의미와 생애과제는 무엇인가. 이들이 그러한 생애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어떤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할까.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무엇일까.

중장년 생애단계는 ‘제2성인기’

새로운 생애주기는 고령화 시대에도 개인의 삶의 변화와 발전을 연속할 수 있는 라이프 사이클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에도 성장과 발전을 연속할 수 있는 새로운 생애단계가 필요하다. 희망제작소는 이 새로운 생애단계를 ‘제2성인기’(중년전환기+중년안정기)로 명명한다. 연령 범위는 50~60대로 설정했다.

제2성인기를 직접 겪고 있는 고학력‧사무직‧중산층 베이비부머들은 기존의 생애주기 관점과 고령화 시대의 현실 사이에서 변화의 와중에 있다. 퇴직을 삶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실행하는 기점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이런 인식 전환은 개인에 대한 충분한 시간 투자로 이어져 개인의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된다. 이들은 이 시기에 퇴직을 경험하면서 생활 패턴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을 인식하고 삶의 전환을 위한 학습, 체험 등을 통한 탐색의 과정을 요청하고 있다. 이 탐색의 과정을 충분히 가지면 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형성되고, 새로운 기획과 실행으로 이어져 제2성인기가 또 다른 성장의 시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퇴직 전후 자연스레 탐색의 시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사회적 지지와 배려도 필요하다. 청소년기를 지원하는 각종 제도, 시스템,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제2성인기에 대한 인프라와 지원이 얼마나 미흡한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퇴직자들의 탐색을 지원하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 개선 등 정책제안에 대한 노력이 절실하다.

제2성인기, 자아정체성 재정립 필요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을 보면 고령화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우선적으로 정책의 관점을 점검했다. 독일의 경우 정책수립 전에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실시했고, 호주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

새로운 생애주기는 50~60대가 인생에서 어떤 단계인지 보여줌으로써 삶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개인이 변화와 성장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고령화 시대의 지원책을 설계하고 제시하는 데 적절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생애주기 관점에서 파악한 제2성인기는 인생 후반기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제안한다. 특히 이 시기의 생애과제는 삶의 방식 변화다. 제2성인기의 생애과제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자아실현 욕구와 사회적 책임감을 조화롭게 결합해 자아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생애주기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일을 찾고 더 성숙한 방향으로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제2성인기의 생애과제를 달성하는 것은 이 시기 개인의 성장과 발전, 새로운 중년 문화의 창출뿐만 아니라 다음 생애단계인 노년기의 삶의 방향과 성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년세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러 부정적 이슈를 풀기 위한 방법도 베이비부머들이 제2성인기에 생애과제를 얼마나 충분히 수행하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의 50~60대 시니어들은 ‘책임 있는 노년’ ‘세대통합의 주체로서의 노년’ 등 새로운 개념과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고려할 때, 제도적 지원과 정책은 기존의 시혜적 복지를 뛰어넘어 자발성과 책임감에 따른 생산적 복지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제2성인기 생애과제 프로그램 제안

희망제작소는 제2성인기 생애과제를 근간으로 한 자아탐색 프로그램,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시도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관계 재구성을 위한 세대교류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첫째, 자아탐색 교육 프로그램으로써 10개월 인문학적 생애설계 프로그램과 중년전환기 지원 강사 육성 아카데미다. 중년전환기 지원 강사 육성 아카데미는 탐색을 돕는 매개자·조력자를 제도적으로 발굴할 뿐만 아니라 시니어에게 적합한 일자리로도 제안될 수 있다.

둘째, 인큐베이팅 및 체험 프로그램은 제2성인기형 일을 시도하고 경험해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중년전환기 베이비부머들의 욕구, 특히 자아실현 욕구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 시니어드림 현실화 프로젝트, 수요처 발굴 기획단 프로젝트, ‘시민의 해’ 캠페인 등이다. 시니어드림 현실화 프로젝트는 자아실현 욕구를 동력으로 청년세대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중년층의 사회공헌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

셋째, 관계 재구성을 위한 세대교류 프로그램이다. 중년층 동아리 육성 프로젝트, 세대공감 시리즈, 전환기 지원 센터 등이다.

예컨대, 세대공감 시리즈는 지역사회의 이슈를 시니어와 주니어가 함께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사회 내 세대 간 협력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지역문제 해결에 시니어의 역할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2성인기 중년층들은 퇴직으로 인해 위축된 사회적 역할을 새로 찾고 긍정적 자아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