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고령화의 영향으로 법적 정년연령은 60세지만 60대 이후에도 직장을 다니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이제 ‘퇴직’이 아니라 ‘이직’을 위해 50대 이후에도 평판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60세 이상 임금근로자는 2006년 85만7000명에서 2020년 300만2000명으로 무려 250%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50대도 197만2000명에서 450만1000명으로 128% 증가했다. 20대와 30대가 각각 –9.2%, -5.5%로 줄어든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근로자 평균연령도 2006년 37.5세에서 2020년 42.9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50~60대 근로자들이 퇴직을 준비했지만, 앞으로는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력개발이 단절됐거나 발전에 한계를 느끼는 시니어들이 많다. 특히,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큰 장애로 작용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직장에 만족하는 근로자는 10명 중 3명(29.3%)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불만을 갖고도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50대 이후 이직을 위해선 끊임없이 기회를 찾아 경력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지인 추천, ‘입사보증수표’

‘지인 추천’은 해당 업계의 능력과 전문성을 주관적으로 평가해 아는 사람들끼리 소개하는 행위다. 이는 채용에 있어 상당히 유용한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내부직원의 추천 또는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소개 받는 채용 방식을 공채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지인 추천’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지인들을 둘러보자. 그리고 원하는 방향의 커리어로 이끌거나 추천할 만한 지인이 있는지 확인하자. 그와 같은 지인이 있더라도 관계 형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연락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을 신뢰할 만한 지인을 찾아야 하며, 변덕스러운 경력과 단절된 경력으로 채워진 이력사항을 뛰어넘어 곧바로 면접으로 연계할 사람이어야 한다. 인연이 있는 헤드헌터나 지도교수, 거래처 담당자도 지인으로 간주해 검토할 수 있다.

‘지인 추천’은 경력기술서의 공백도 메워줄 수도 있다. 경력자가 이직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할 사항은 자신의 경력을 지원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경력기술서다. 기업은 지원자의 경력기술서에 적힌 문구만으로 채용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판단한다. 경력기술서에 공식적으로 열거하기 모호한 내용과 개인의 사연은 기업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원자는 반드시 그러한 내용과 사연을 전달하고 싶고, 또 전달해야 한다.

경력기술서에 드러내지 못하는 사연이나 숨어 있는 잠재역량을 강하게 대변해 주는 것이 지인의 역할이다. 나의 단절된 경력과 숨어 있는 잠재능력을 관심 있게 알아봐 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와 조금이라도 소통했고, 나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지인이야 말로 정답을 찾아줄 사람이다. 더불어 현업에서 신뢰를 받는 그들의 말 한마디나 코멘트는 입사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현재의 평판, 미래의 기회

A과장은 어린 나이에 두 차례의 출산을 겪어 커리어 공백을 갖고 있다. 30대 이전에 이미 네 차례의 이직 경험이 있었다.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주기적으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각종 채용공고에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이직에 실패했다. 해가 바뀌고, 설 연휴를 맞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지인의 안부를 묻던 중 자신의 커리어를 확고히 할 만한 절호의 기회를 찾는다.

A과장에게 기회를 준 사람은 첫 아이의 출산 전 함께 일했던 직속상사 B부장이다. A과장은 B부장에게 명절인사와 더불어 안부를 물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던 과정에서 B부장이 현재 다니는 회사의 과장 직무 포지션에 결원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A과장은 즉시 소개를 요청했다. A과장을 평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B부장은 적극적으로 추천, 그의 입사를 주도했다.

A과장은 경력기술서만으로는 쉽사리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 계통의 이직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인 추천의 힘을 빌려 이직은 물론 경력과 연봉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만약 A과장이 이전 직장 생활에 소홀했다면 기대할 수 없는 결과다. B부장도 주도적으로 A과장을 합류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직장인의 기본이다. 이직을 고려하고 있더라도 현 직장에서 충실하게 근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사례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 찾아라

국내 완제 의약품 제조사에 다니는 C차장은 현 직장에서 승진 기회는커녕 상사와 잦은 마찰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C차장은 2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긴, 국내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잦은 이직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차장은 꾸준히 자신이 속한 업종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잡포스팅을 참고했다. 그 가운데 몇 차례 면접을 보고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던 중 헤드헌터로부터 설립된 지 몇 개월 안 된 다국적 신생기업에 지원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해당 기업은 당시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재무상태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이미 몇 안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고 있었지만 모든 일을 알아서 해야 했고,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 유동적인 회사였다.

C차장은 이 회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모든 일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신생회사라 공식적인 자료나 그 회사에 합류한 사람을 세세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개략적인 설립배경과 회사정보는 헤드헌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헤드헌터는 그 신생회사에 인재 추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과장직급의 경력자를 이미 추천, 입사시켜 어느 정도 기업파악은 하고 있었다.

C차장은 결국 그 신생회사에 입사했다. 이전 직장보다 훨씬 강도 높고 변화무쌍한 업무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하지만, 본인이 갖는 결정권이 많은 데다 새롭게 시도하는 일을 회사의 업력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며 열정을 갖고 일했다. 현재 A차장이 다니는 회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고, 설립 초기 합류 직원으로서 빠른 승진과 혜택을 받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누리고 있다.

평판관리, 평소 작은 행동부터 시작

앞선 사례와 같이 현 직장 관계자들은 시간이 흐른 뒤 외부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직장생활은 차후 관계를 위해서라도 기본 처세를 무시하면 안 된다. 물론, 모든 것을 염두하고 피곤한 일상을 보낼 수는 없지만 잘못된 처신은 차후 본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본 처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평판관리법이다.

△기본예의를 지켜라 △타부서 사람들에게도 인사하라 △항상 자신의 직속상사를 우선하라 △직장 내 정치적 갈등 사이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라 △보고하는 법에 대한 전문책자를 읽어라 △상사와는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소통을 시도하라 △지나치게 진솔할 필요는 없다 △추측해 단정 짓지 말라

이미 꽤 많은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서류 및 면접전형 외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평판조회 비중을 높이고 있다. 평판조회는 통상 인성과 직무 평가로 나뉜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많은 내부 직원을 판단할 때 대부분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추측으로 상대방을 단정한다는 점이다. 즉, 직무 평가가 나쁘지 않더라도 기본 처세가 흐트러지면 전반적으로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현실에 충실하며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절호의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단지 여러 사람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성공의 비결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준비가 돼 있는 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