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직이 최근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거리화가의 모습.

[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직업은 사회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합니다. 예전에는 꽤나 각광받던 직업도 시간이 흘러 없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경제적 가치가 없던 단순직무가 인기직업이 되기도 하지요.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직업세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생활수준 향상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기술의 발전도 직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누구든 시장 수요를 반영한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혼자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직업을 만들어 보급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내 직업은 내가 스스로 창조하는 창직,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최근 산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과거 하드웨어가 중심이 된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은 정보와 지식이 중심이 되는 지식기반 경제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창의적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가 혁신적인 스마트 기기를 만나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직업의 소멸과 생성을 수반한다. 일정한 자격과 기술을 가진 노동자집단이 특정 직군에 종사하던 과거의 직업세계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앞으로 은행이 없어질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이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대변한다. 또, 3D프린터의 상용화로 인해 전통적인 제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불투명한 경제전망,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도 직업세계 재편을 부추긴다.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핵심인력 외에는 아웃소싱을 통해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리고 있다. 급속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가 급증해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 소규모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고 있다.

일자리 스스로 만들어 자기고용

이 같은 변화의 핵심에서 2011년부터 ‘창직’(創職, job creation)에 대한 논의가 생겨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 발간한 자료에서 “일자리 없는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불안으로 취업은 어려워지고 있어 개인이 직접 이전에 없던 직종을 만들어내면서 1인 기업가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1인 창조기업’의 ‘창조’라는 단어는 더 이상 ‘구직이 아닌 창직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취업난의 해결책으로 기존 일자리에 들어가기보다는 새로운 직업발굴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선도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성에 바탕을 둔 저작권(Copyright), 특허(Patents), 상표(Trademarks), 디자인(Design) 등으로 압축된다. 이를 통해 창조산업, 즉 창직을 활성화하겠다는 비전이다.

그렇다면 창직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의 창시자격인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 원장(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은 창직에 대해 “자신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현실화해 경제적,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냄으로써 창조적 일감과 일자리를 만들고, 자기주도적으로 직업과 일자리를 개척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즉, 창직을 ‘창조적 직업능력개발’의 줄임말로 규정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창조경제)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스스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자기 자신을 고용하는 창조적 활동”이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을 찾는 과정이 창직이며, 스스로 직무와 직업을 개발해 활동하는 자기고용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김진수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창직은 자신의 재능이나 아이디어를 혁신적으로 개발하고 추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직종을 개발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성과물로 새로운 직종과 취업․창업, 사회적 기여활동 등을 제시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개인의 지식, 기술,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흥미, 적성 등에 용이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해당 분야에서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해 이를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창직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정의를 종합하면, 기존 노동시장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않고 개인이 자신의 지식, 기술, 능력, 흥미, 적성 등을 활용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문화, 예술, IT, 농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개발 또는 발굴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창직이다.

창직, 창업보다 상위 개념

그렇다면 창직과 창업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창직은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창업은, 창업자가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투입, 기업을 새로 설립하고 사업 아이디어에서 설정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조직이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통상 기업에는 많은 직무가 존재하지만, 1인 창조기업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볼 때 창직활동을 통해 발굴된 직업이 노동시장에서 운영되는 형태가 창직이다.

개인이 직업을 새롭게 만들거나 발굴했을 때 노동시장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또, 새롭게 기업을 설립하는 창업 등으로 운영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 따라서 창직은 창업과 차별화되는 개념이며, 창업보다 상위의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된다.

창직은, 정부가 문화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육성하는 1인 창조기업과도 다르다. 1인 창조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영리를 목적으로 독립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1인 기업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고,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창직과 유사하다. 하지만 창직은 기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반면, 1인 창조기업은 기존 직업 중에서 창조성이 수반된 분야에 해당하지만 창직은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산업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참신성·경제성·현실성·전문성 갖춰야

창직에서는 선진국이 따로 없다. 직업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환경, 국민정서 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정보원은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 중에 도입 가능한 직업을 선별해 창직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다만, 고용정보원은 창직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했다.

첫째는 참신성이다. 기존 직업과 차별되는 지식과 기술, 능력, 작업활동 등을 갖춰야 한다. 기존 직업과 다르고, 기존 직업분류 체계에 반영되지 않은 직업이다. 또, 한국직업사전 등 기존 직업정보서 등에서 소개되지 않은 직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창직 여부를 가늠하는 절대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경제성, 즉 시장성이다. 직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잠재적 시장수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창직 초기 단계에서는 시장수요가 많을 필요는 없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직업이라 시장성을 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화, 다문화, 여가에 대한 선호 등 거시적인 트렌드를 통해 시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셋째, 현실성이다. 실현 가능성해야 한다. 예컨대 ‘치료사’와 같이 직업활동 과정이 법적·제도적으로 제한되는 직업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넷째, 전문성과 자유업(프리랜서)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전문성과 관련, 진입장벽 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보다는 외부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전공지식 등이 수반되는 직업이어야 한다. 음식점 등 생계형에 가까운 분야에서 일부 아이템만 변경해 활동하는 직업은 창직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창직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프리랜서로 활동 가능한 지 따져봐야 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시장수요가 커지면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새로운 직무로 사업체에 취업해 활동할 수 있는 직업은 창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