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인복지 예산은 18조8587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1331억원(12.8%) 증가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사업현장에서 어르신들이 2인1조로 안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현재 국회가 556조원의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복지 예산은 기초연금 예산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업 예산이 소폭 줄어들었다. 특히,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하위 70%의 모든 어르신들에게 30만원이 지급돼 기초연금 예산이 늘어났다. 노인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 여건상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예산이 상당한 만큼, 노인복지 예산 가운데 노인돌봄, 노인보호, 노인일자리 등 주요 노인복지사업 예산은 상대적으로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활기찬 노후’의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큰 만큼 예산도 늘어났다. 하지만,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사회보험료 지원, 수행인력 확보와 같은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예산은 배제됐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양적 확대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예산안만 봐도 질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복지 예산 1위, 대부분 기초연금 지급된다

2021년 노인복지 예산은 18조8587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1331억원(12.8%)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기초연금 예산은 14조9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7869억원(13.6%) 늘어났다.

우선, 노인인구 가운데 소득하위 70%인 수급대상자 수가 2020년 568만8000명에서 2021년 597만6000명으로 5.1% 증가하고, 전체 수급자를 대상으로 30만원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소득하위 40%만 30만원을 지급받았다.

노인복지 예산에서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81.6%, 2020년 78.5%, 2021년 79%로, 소폭 오르내렸지만 80%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노인복지 예산의 80%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기초연금 이외 노인복지사업 예산이 늘어나지 못하고 제한적이란 뜻이다. 전체 노인복지 예산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기초연금 재정 확대가 다른 노인복지사업 예산 증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노인복지예산 2위, 노인일자리사업 1조3000억원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대비 145억원(1.1%) 증가한 1조3152억원으로 편성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사업 예산이 1조7107억원으로 노인일자리사업 예산보다 많지만 의료분야 사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이 두 번째다.

내년 노인일자리사업 목표가 80만개. 노인일자리 가운데 월급여 약 60만원을 받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올해 3만7000명에서 2021년 4만5000명으로 확대되고, 공익활동형 일자리도 4만7000명 증가한 59만 명으로 확대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 확대는 공익활동형과 함께 보육교사 보조나 장애인 활동 보조원과 같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급여 수준이 높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노인일자리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상시근로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원하는 사회보험료 지원과 같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은 빠져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수행인력 위한 예산은 부족하다

내년 노인일자리 목표치 80만개를 기준하면, 노인일자리 담당자 1인 당 일자리수가 올해 163개에서 169개로 늘어나지만 수행인력 확대를 위한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일자리 수는 2013년 25만개, 2017년 50만개, 그리고 내년 80만개로 늘어난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5년간 예산증가율은 연평균 24%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 수는 0.24%, 수행기관 당 노인일자리 담당자는 평균 1.6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의 노인일자리 담당자는 올해 4538명에서 내년 4745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내년 노인일자리 수 목표치 80만개를 기준하면, 노인일자리 담당자 1인이 담당해야 할 일자리 수는 169개로 올해 163개보다 더 늘어난다. 즉, 노인일자리사업 목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 비해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노인일자리사업 규모의 확대에 상응하는 전달체계의 역량 확보가 가능하도록 수행인력 확대를 비롯한 전달체계 강화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 관련 기관 지원예산·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줄었다

노인복지 예산 가운데 올해보다 예산이 줄어든 사업분야는 △노인 관련 기관지원과 △노인요양시설 확충이다.

노인 관련 기관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7억8000만원(1.6%) 줄어든 492억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노인보호전문기관 예산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97억원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중앙 1곳, 지역 34곳, 17곳의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를 운영한다.

대한노인회와 같은 노인단체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395억원이다. 경로당 광역지원센터 운영지원,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노인복지 민간단체 지원은 동결됐다.

2021년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올해보다 25억원(2.4%) 감소한 669억원으로 결정됐다. 일반 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증개축, 개보수, 장비보강에 집중됐고, 공립요양시설 신축 예산은 아예 책정되지 않았다.

공공성을 강화한 공립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공립 요양시설 신축에 대한 국고보조율이 50%에 불과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나머지 50%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신축을 신청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은 소폭 늘었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가사간병서비스, 독거노인응급안전도우미사업 등 6개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개편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향하는 커뮤니티케어를 뒷받침할 핵심적인 사업이다.

내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은 올해 대비 12.2% 증가한 4183억원이다. 이 사업으로 수혜를 받는 노인 규모는 올해 45만명에서 2021년 50만명으로 5만명 늘어난다.

하지만, 수혜 노인 1인당 사업비는 올해 월 6300원에서 내년 월 6000원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수행인력 규모에서 서비스 관리자가 1953명으로 전년 대비 1.6% 줄어들고, 생활관리사는 3만1250명으로 올해 대비 18.4% 늘어난다. 이에 따라 수행인력 1인당 담당 노인 수는 서비스 관리자의 경우 올해 227명에서 2021년 256명으로 증가한 반면, 생활관리사는 올해 17명에서 내년 16명으로 감소함.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 독거노인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이 독거노인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 노인인구는 853만7023명, 이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은 19.6%로 추정된다. 통계청 조사에서 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마련하는 노인이 10명 중 6명(58.5%)에 달했는데, 이를 적용하면 빈곤 상태의 독거노인이 97만8855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 예사에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혜노인은 50만명에 불과하다. 즉, 빈곤 독거노인 2명 중 1명만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되는 셈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외에 5개의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한 것인데, 내년 예산에 따른 수혜노인 규모는 실제 돌봄 욕구를 지닌 노인인구에 미해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사는 노인에게 돌봄 등의 서비스와 안전 확인 등의 보호 조취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 독거노인 등 돌봄욕구가 있는 노인 규모를 고려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